주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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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솔 작성일16-11-29 09:13 조회2,456회 댓글0건본문
주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세월동안 ‘개인적’ 친분을 이어온 최순실이라는 이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봤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설마설마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 있다”고하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들으며 ‘정말로 사실이었다니’하며 놀라면서도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하는 말을 믿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점점 진실로 밝혀지면서 실망을 넘어 치욕과 분노를 느끼는 국민들이 늘어갑니다.
처음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은 측근비리 정도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이라는 곳에 대기업들이 돈을 내고(비슷한 시기 돈을 낸 대기업들의 어려움이나 숙원사업이 해결되기도 하고), 대통령이 직접 해당 대기업들과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묵혀있던 일들이 새로 조명되기도 합니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SNS에 남겨 공분을 산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우승을 놓친 승마경기를 조사하여 정유라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한 공무원 두 명(문화체육부 국장과 과장)을 대통령이 직접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지적하여 좌천시킨 일도 다시 주목받은 일입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지금까지 국민들 가슴을 아프게 하는 <세월호 참사>, 그날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히지 않은 대통령의 행적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와대 발표로는 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관저에 있었다고 합니다. <관저>는 고위공무원이 거처하는 곳으로 생활하는 공간이지 일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관저에 있었다”는 말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는 말, 좋게 말해서 “재택근무를 했다”는 말이 됩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수백 명의 국민들이 바다에 빠져죽던 시간에 “재택근무를 했다”는 말이지요.
청와대의 말을 100% 인정하여 <관저>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수시로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정상근무를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칩시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 오후 늦게 상황실에 내려와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하고 힐책하며 질문하던 대통령을 TV를 통해 생생하게 보고 들었습니다. 뒤집힌 배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제발 한 명이라도 구출해주길 온 국민이 숨을 멈추고 마음 조리던 그 시간에 말이지요.
세월호 참사 당일에 무엇을 했는지 시원하게 밝히면 이런저런 말들이 없을 텐데 그러지 않으니 이런저런 추측이 무성합니다. 성형시술을 받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돌고, 굿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떠돕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별별 낯 뜨거운 추문까지 떠돕니다. 청와대에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대량 구입했다는 사실도 밝혀집니다. 청와대에서는 해외순방으로 고산지대에 갈 때를 대비해서 고산병 예방 효과가 있어 구매했다고 해명했지만. “그냥 고산병 예방약을 사지 굳이 고산병 예방이 주된 약효가 아닌 <비아그라>를 샀느냐”는 의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갈수록 의혹이었던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새로운 의혹들이 넘쳐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하였다가, 저런 대통령을 뽑은 것에 부끄러워지고, 국민이 쥐어준 권력을 사리사욕을 위해 휘두른 대통령에 분노하여 10만, 100만, 200만의 국민들이 거리로 나섭니다.
이렇게 대통령이 대통령 노릇을 안 하거나 못하면 그 손해는 국민들의 몫이 됩니다. 불공정한 사회에서는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잘 살겠지만 대다수 성실한 국민들은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불안해하고 비정규직이면 저임금과 불안한 일자리에 괴로워합니다. 학생들은 과중한 입시경쟁에 신음하고, 고독사하는 노인들의 죽음은 어느새 일상이 됩니다.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썩어버린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예산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 예산보다 더 들어갔다는 <창조경제> 예산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쓰지 않아도 되는 예산을(어쩌면 써서는 안 되는 예산을) 쓰지 않으면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반값등록금도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것과 ㈜청솔노인요양센터같이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나라 운영의 규모를 모래사장에 비유한다면 우리 회사는 모래알 하나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규모는 천지차이여도 원리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 대표인 센터장은 회사 운영을 총괄하고 최종적인 책임을 집니다. 회사의 대표라도 정해진 월급 이외에 다른 이익을 취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정해진 월급 이외의 돈을 회사에서 빼내서 갖는 것을 ‘횡령’이라고 합니다. 대표가 횡령을 하면 얼마 안 가 회사는 망합니다. 하지만 횡령한 돈을 잘 숨겨놓으면 대표 개인은 큰돈을 벌수도 있겠지요.
대표는 책임지는 역할 뿐만 아니라 책임지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그 직원에게 업무의 결과를 책임지게 합니다. 업무지시를 잘 못 수행해서 생긴 좋지 않은 결과는 직원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직원은 지시에 따라 성실히 일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판단을 잘못 한 센터장의 책임입니다.
사회복지사나 팀장 등 관리직 직원도 책임지는 역할과 책임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요양보호사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직원은 요양보호사가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업무지시대로 성실히 일했는데도 결과가 잘못되었다면 잘못 판단한 직원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이렇게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권한만큼 책임도 지게 하는 회사에서 성실한 직원들은 공정함을 느끼고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습니다.
직급이 높다고 지시만 내리고 책임지지 않거나 하위직원의 잘못이 있는데도 (친하다고, 또는 마음이 약해서)대충 눈감고 넘어가면 직원 간에 신뢰는 없어지고 믿을만한 회사가 될 수 없습니다. 잠간 머물다 가는 곳일 뿐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갖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책임 추궁을 당하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렇게 기억력이 안 좋은 분들이 어떻게 사법고시 합격하고 행정고시 합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무를 수행한 하위직 공무원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판단 내린 사람이 져야할 책임을 성실히 일한 사람이 뒤집어쓰는 것이지요. (우병우 민정수석을 끝까지 감쌌던 대통령처럼)책임져야할 일을 저지른 하위직원을 감싸는 모습도 자주 봅니다.
만일에 센터장이 잘 못을 책임지지 않고 직원들을 불공정하게 대하며 심지어 횡령까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센터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야합니다. 우리 회사는 직원주주의 지분이 많아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로 번거로울 것이고 끌어내린 다음에 겪게 될 변화가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불공평한 일과 비리는 계속될 것이고 조만간 망할 지도 모릅니다.
주인 노릇이 쉬운 게 아닙니다. 주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2016년 11월 회사 소식지에 실린 글을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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